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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데미안 - 헤르만 헤세

2024-03-12

데미안 -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왜 읽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끌려 요 며칠 정독하게 되었다. 딱 읽고 느낀것은 ‘아는만큼 보이는 책이겠구나.’ 청소년이 가볍게 읽기에도 성인이 진지하게 읽기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싱클레어라는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다. 그 핵심 기둥은 선과 악이 혼재되어 그 너머의것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당시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던 종교관과 혼란스럽고 향락에 빠졌던 유럽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작중 데미안의 사상을 들으면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기성도덕을 비판하는 모습이 썩 그를 연상케 한다. 후반부에 싱클레어가 직접 니체를 언급하는 것을 보아 작가 전반의 사상이 녹아 들어갔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는 동경의 대상이다. 어린 소년시절의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준 당사자 이면서 자신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준 베아트리체의 형상과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데미안이 사실 싱클레어 그 자신이었다는 발칙한 상상을 떨쳐낼 수 없다. 작중에서도 싱클레어는 액자에 그려진 형상이 자신 같기도, 데미안 같기도, 베아트리체 같기도 해 혼란스러워 한다. 이는 사실 그 모든 대상들이 하나였으리라는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소년시절 깊이 사고하는 자신의 모습을 데미안으로 그려낸 것이다. 작품의 이름이 화자가 아닌 데미안인 이유도 어쩌면 같은 맥락 아닐까.

데미안 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싱클레어에게 포도주를 건넨 동급생, 기성도덕에 잠식되어 스스로 고문하는 친구, 철학과 관습에 얽혀있는 교회의 연주자등)도 싱클레어의 한 모습들일 것이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혼란을 형상화하여 만들어낸 공상은 아닐까.

이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우리는 결국 사회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는 것. 우리가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모든것들은 사실 내 내면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감히 현실을 왜곡하고 때때로 그것을 망각하기도 한다.

불쾌하게 들을 것이 아니다. 고쳐야 할 문제도 아니다. 단순히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의 어느 메커니즘 하나를 지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면이 곧 세상이라는 인식론에 이르기 까지 데미안의 구성은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

명확히 두 세계로 나누어져 있던 ‘절대주의’와 ‘합리주의’의 세계관에서 인식론과 니체의 회의론까지 나아가는 성장은 작가와 싱클레어 사이에서 동치일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은 여럿 있지만 다음 이야기만 적어놓고 싶다.

그의 모든 꿈은 한결같이 별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그 청년은 바닷가 절벽 끝에서 별을 쳐다보며 운명의 연정으로 몸을 태웠다. 별을 사랑하고 별을 그리워하는 절실한 상념이 극에 달했을 때, 그는 별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전해진 이야기이지만 그 의도를 넘어서 가슴이 아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데미안에 비추어진 내 모습일지도.